경찰, 오스템 직원 횡령금 550억 확보···300억 금괴 회수·250억 계좌 동결
[단독]경찰, 오스템 직원 횡령금 550억 확보···300억 금괴 회수·250억 계좌 동결
유경선·윤기은 기자
입력 : 2022.01.06 13:30 수정 : 2022.01.06 17:06
경찰이 회삿돈 1880억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45)의 은신처에서 시가 300억원 상당의 금괴를 압수했다. 이씨는 지난해 동진쎄미캠 주식을 대량 매입한 ‘파주 슈퍼개미’와 동일인으로 확인됐는데, 경찰은 250억원이 입급된 이씨의 증권사 계좌도 동결했다. 또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정황과 힘께 수표를 발행하고 이를 현금화한 흔적도 있어 자금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 강서경찰서 수사팀은 전날 경기 파주시 목동동에 있는 이씨의 은신처에서 그가 한국금거래소에서 사들인 1㎏짜리 금괴 851개 중 절반이 넘는 430개 이상을 압수했다. 금 1㎏은 이날 오후 12시30분 기준 7000만원선에서 거래 중이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압수한 금괴는 300억원어치가 넘는다.
경찰은 또 이씨가 자금세탁을 위해 증권거래에 활용한 키움증권 계좌를 동결했다. 이 계좌에는 주식 거래를 마치고 남은 250억원 상당의 예수금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씨가 횡령한 돈 일부를 차명으로 부동산 매입에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하고 기소 전 몰수보전(확정판결 전 불법 수익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게 함)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자금 추적 결과 이씨가 수표를 발행하거나 이를 현금화한 흔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경찰 조사에서 나머지 금괴와 현금, 수표, 부동산 등의 행방을 진술한다면 회사가 입은 피해는 일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후 9시10분쯤 은신처에서 붙잡힌 이씨의 검거 작전에는 강서서 5개 강력팀에서 20명 넘는 인력이 투입됐다. 이씨가 체포된 건 오스템임플란트 측이 지난달 31일 고소장을 접수한 지 닷새 만이다. 경찰은 이씨의 차량 블랙박스와 은신처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빼돌린 회삿돈을 은닉한 장소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횡령 혐의 등을 적용해 이르면 이날 오후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씨 측은 회삿돈 횡령이 단독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씨의 변호인인 박상현 법무법인YK 변호사는 이날 강서경찰서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씨가 (팀장) 직책이 있는 분이라서 (단독으로 회삿돈을 횡령하는 게) 말이 잘 안 된다”며 “잔금·잔고를 허위로 기재한다는 거 자체가 (회사)안에서 다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개인의 일탈로 볼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 거주지 인근 주민들은 이씨와 가족들이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이씨가 붙잡힌 건물의 한 입주자는 “돈이 궁한 사람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아저씨(이씨)는 카니발을, 사모님은 외제차를 탔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이씨가 잠적하기 전인 지난 달 9일 아내 박모씨(45)에게 증여한 부동산이다. 이씨는 같은 날 목동동의 다른 상가주택 한 채를 여동생에게, 같은 달 21일에는 또 다른 상가주택을 처제 부부에게 증여했다. 이씨 가족은 전북 부안에도 98㎡가량의 대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씨의) 아버지가 파주에 땅이 많은 원주민 재력가로 소문이 나 있다”고 했다.
피해자인 이 회사의 주주들은 단체로 오픈채팅방을 개설하고 경찰의 수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연 변호사는 통화에서 “피해자가 이날 정오쯤 40명 정도 모였다”며 “아직 피해자를 모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회계 감리 착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