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계좌가 달라졌어요 (3)
리딩 단톡방을 나온 것은 2021년 2월이었지만 뭔가 다른 움직임을 준비한 것은 2020년 가을부터였습니다. 신풍제약 떡락도 그렇지만 이후의 거래도 그리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나름의 살 길을 찾아야겠다고 고민했던 것이죠. 당시 주가지수가 급등하자 온 세상은 모두 주식을 하라고 권유하기 시작했고 유튜브에도 주식 관련 영상이 넘실댔습니다. 그 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유튜브의 시간여행TV라는 채널이었습니다. 네 정말 웃기게도 지금은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그 채널입니다.
주식으로 200억을 벌었다며 인증을 하는 그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채널에서 하는 말은 제법 일관성이 있었고, 전략 자체를 얕게나마 공개하고 있었기에 저는 이걸 어떻게 적용시킬까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가 영상에서 많이 하던 말 중 지금 기억에 남는 건 두 가지입니다.
- 700억 이하의 소형주를 주목하라. 1조 벌던 기업이 2조 벌게 되는 것보다 100억 벌던 기업이 200억을 벌게 될 확률이 높다.
- 적자 나는 기업 사지 마라. 특히 소형주는 쉽게 골로 간다. 그거 말고도 살 종목 많다.
운이 좋게도(?)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하는 말치고는 꽤 멀쩡한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위 두 내용은 지금 제가 매매하고 있는 패턴에도 적용을 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렇게 채널의 영상을 정주행하다가 어느 영상에서 엇? 하고 놀라게 됩니다. 네이버 증권 페이지에서 종목을 시가총액 순으로 정렬한 다음 Top 100, 그리고 700억 미만 종목에 대해서 자기가 아는 대로 썰을 푸는 영상이었습니다. 그게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그 내용에 깊이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저는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왜 제가 1년 가까이 리딩방에서 손해를 보고 있었는데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았느냐 하는 점을 의아하게 여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1년 가까이 계속 틀렸으면 더 이상 그 방에서 얻을 게 없지 않느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그 방에 계속 있었던 이유는 그 리더란 양반이 제법 성실했기 때문입니다.
매일 자정이 지나면 그 날 있었던 뉴스를 정리하고 관련주를 마킹한 브리핑을 제법 길게 송고하고, 신호에 대한 근거를 물으면 제깍제깍 관련 뉴스를 띄우고 짧게나마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트레이딩 실력이야 어쨌건 시장의 윤곽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논리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의미겠죠.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그냥 이 사람이 지금 시장의 흐름과 좀 안 맞는구나 운대가 맞으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1년이나 버티고 있었던 겁니다.
하여튼 시간여행TV 채널의 그 영상을 보고 나름의 충격을 받은 저는 그 날부터 네이버 증권 페이지를 띄워놓고 시총 2천억 미만 (당시 주가지수가 많이 올라있던 상태라 700억 미만인 종목의 수가 현저히 적었습니다. 그래서 2천억까지는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종목을 하나씩 다 훑어봤습니다. 내용을 이해를 하건 못 하건 네이버 증권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은 전부 훑어보게 됩니다. 적어도 제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 이상도 하는데 그 정도도 안 되면서 돈을 벌길 바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계속)
*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다시 언급하지만, 시간여행TV 채널 바이럴 아닙니다. 해당 채널의 운영자는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고, 영상의 대부분의 내용은 위의 1, 2의 변주에 불과합니다. 굳이 영상 안 찾아보셔도 됩니다.
- 최근 키움증권 실전투자 대회 우승자의 인터뷰를 봤는데, 그 분도 전날 발생한 뉴스를 기반으로 관심종목을 정리하고 그 종목 내에서 트레이딩을 한다고 해서 어? 이게 정석이긴 한가 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 그럼에도 저는 뉴스 기반의 트레이딩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몇년 전부터 저랑 주식 이야기를 하는 지인이 하나 있는데, 세력과 접점이 있는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저는 세력 얘기는 대충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만 한 가지는 거르지 않고 듣는데, 세력은 자기가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내용으로 기사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어떤 특정 세력이 미리 세팅을 다 해 놓고 기사는 그냥 거기에 불을 붙일 뿐이라는 것이죠. 사실 생각해 보면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언론(특히 경제 쪽) 꼬라지를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업발 기사를 가지고 매매하는 것은 내 뒤의 꼬리칸에 탑승하는 사람들의 몫을 빼앗는 정도의 전략 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데이 트레이더들은 몰빵을 치든 레버리지를 땡기든 실탄을 잔뜩 장전한 후 순식간에 치고 빠져서 수익을 만들 수 있지만 그게 다수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순전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긴 하지만, 단타를 리딩한다는 게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한 근거이기도 합니다.
- 물론 특정 세력이 마사지할 수 없는 수준의 뉴스는 늘 유효합니다. 무슨 뉴스가 떴을 때 그런 뉴스인지 아닌지 의심해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