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가부도 1차 고비 임박…신흥국 금융시장 ‘초긴장’
러시아 국가부도 1차 고비 임박…신흥국 금융시장 ‘초긴장’
박채영 기자
입력 : 2022.03.13 22:25 수정 : 2022.03.13 22:27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러시아가 외화로 발행한 국채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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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계에 따르면 JP모건은 러시아의 첫 번째 고비를 오는 16일로 제시하고 있다. 이날은 러시아의 달러 표시 채권 1억1700만달러(약 1288억원)의 이자 지급 만기일이다. 국제금융센터의 ‘러시아 국채 디폴트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보면 러시아는 16일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를 포함해 달러화 국채 이자 7억3100만달러를 이달 중 지급해야 한다. 4월에는 원금 20억달러와 이자 1억290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러시아는 6300억달러가량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지만, 금융제재로 서방에 예치된 러시아의 외화보유액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외환보유액은 미국 국채, 금 등에 주로 투자돼 있는데 이를 달러로 현금화할 방법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현 단계에서 러시아가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300억달러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이미 ‘비우호국가’에 대해서는 이자를 달러 대신 루블화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비우호국가는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하기로 한 48개국으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사실상 러시아 채권국 전부다. 하지만 달러화 국채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할 수 있다는 옵션조항은 없다.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이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상대적으로 큰 금융기관의 손실이 우려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받아야 할 돈은 1210억달러다. 이 중 유럽 은행이 840억달러를 빌려줬는데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의 비중이 높다. 미국 은행들은 147억달러를 빌려줬다.
러시아 디폴트 선언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체 해외 익스포저 대비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탈리아 2.6%, 오스트리아 1.6%이며 글로벌 전체로는 0.3%에 불과하다”며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지속돼 러시아의 대외 익스포저가 꾸준히 감소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손실을 본 투자은행(IB)들이 신흥국 투자를 철회할 경우 신흥국 주가와 환율이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처를 선호하면서 중국, 인도, 브라질, 동유럽 경제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신흥시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무풍지대로 보기 어렵다. 야후파이낸스는 지난 10일 미국 자산운용사 샌더스모리스 해리스의 조지 볼 회장의 말을 인용해 “투자자들이 가능한 한 안전한 피난처를 찾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신흥시장 투자에 의심을 품기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승훈 연구원도 “러시아 디폴트 영향이 해외로 전염된다면 이미 단기외채 비중이 높으면서 최근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통화가치가 급락한 곳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