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現 인플레는 공급 요인 큰데… 美 연준 긴축 속도 높이는 까닭
물가가 연준 목표치를 넘어 빠르게 상승할 때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물가 상승은 공급과 수요 양측 요인 영향을 받는다. 수요가 너무 뜨거울 때 혹은 공급이 너무 부족할 때 물가는 걷잡을 수 없는 상승세를 보인다. 여기서 금리 인상은 너무 뜨거운 수요를 살포시 억누르기 위한 정책이다. 만약 지금의 물가 상승이 수요 측 압력에 기인한다면 당연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물가 상승이 비단 수요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워낙 강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리고 공급 측면 물가 상승 압력은 단순히 생산량 부족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급등을 동반하면서 공급발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영향을 준다. 공급 이슈가 강하다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런 물가 상승을 다스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급 문제를 금리 인상으로 다스릴 수는 없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앞당긴다고 해서 OPEC(석유수출국기구) 국가들이 원유 증산에 나선다거나 반도체 기업의 반도체 공급이 크게 늘어난다고 상상할 수는 없다. 그런데 왜 연준은 시장 기대보다 빠르게 기존의 완화적 입장에서 물러날까? 답은 인플레이션 기대에 있다. 물가 상승 자체도 중요하지만 물가 상승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차단하는 것이 연준에는 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년간 전 세계 국가들은 저물가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실종된 듯 보였고, 사람들 마음속에는 앞으로 강한 물가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강했다. 그런데 지금의 강한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을 상당 기간 겪는다. 그러다 보면 향후에도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리라는 기대가 커지게 된다. 이른바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그럼 미래 소비를 앞당기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지금은 조금 긴(?)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라 생각했던 물가에 대한 인식 역시 바뀔 수 있다.
연준은 완화적 입장을 되돌려 공급발 물가 상승을 제어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공급발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촉발할 수 있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사람들 심리와 연계되는 만큼 물가를 잡는 일명 ‘인플레이션 파이터’ 연준이 시장 참여자 기대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기에 최근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빠른 테이퍼링 시작과 종료 시점, 그리고 시장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시그널을 제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