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총선 최종결과.jpg
(BSPzB[BSP]: 불가리아를 위한 연합[불가리아 사회당], ISMV: 일어나라! 마피아는 꺼져라!, DPS: 권리자유운동, ITN: 이런 사람들 당, DB: 불가리아 민주당, GERB – SDS: 불가리아 유럽발전시민당 – 민주세력동맹, BP: 불가리아 애국자들, V: 부활당, BL: 불가리아의 여름)
2021년 7월 불가리아 총선 최종결과
ITN(대중주의, 직접민주주의, 반부패, 친EU): 24.07%(+6.67), 64석(+13)
GERB(보수주의, 자유주의, 대중주의, 친EU): 23.52%(-2.28), 63석(-12)
BSP(좌익민족주의, 대중주의, 친러파, 친EU): 13.40%(-1.39), 36석(-7)
DB(환경주의, 자유보수주의, 반부패, 친EU): 12.63%(+3.32), 34석(+7)
DPS(자유주의, 사회자유주의, 터키계 권익): 10.71%(+0.35), 29석(-1)
ISMV(직접민주주의, 반-엘리트주의, 친EU): 5.01%(+0.36), 14석(=)
BP(우익대중주의, 국수주의, 반부패, 반EU): 3.14%(-2.79), 0석(=)
V(우익대중주의, 불가리아 민족주의, 반EU): 3.00%(+0.59), 0석(=)
BL(대중주의, 대마초 합법화, 반부패, 반EU): 1.82%(-1.09), 0석(=)
Others: 2.70%(-3.74), 0석(=)
제1야당 이런 사람들 당 제1당 등극, 연정 구성 차질
전체 의석: 240석
과반 의석: 121석
비례대표 봉쇄조항선: 4%
발칸반도 동부의 다뉴브강과 흑해 인근에 위치한 나라 불가리아에서 4월 4일 총선이 치러진 결과, 집권 유럽발전시민당이 득표율 대하락에도 불구하고 제1당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극우 정당들이 표 분산으로 원내 진입에 실패함에 따라 불가리아는 극우 세력 상승세가 불발한 몇 안 되는 유럽국가 중 하나가 됐으며, 반대로 유럽연방주의 정당 Volt가 참여한 ISMV가 원내 진입에 성공하면서 네덜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Volt가 원내 진출한 나라가 될 뻔했으나, 내부 비례 순위에서 밀리면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기존 연정 극우 정당들(VMRO, Volya – NFSB)의 부진과, 연립 제2당이던 애국연합(OP)의 붕괴 후 표 갈림(VMRO, NFSB, ATAKA) 때문에 원내 정당 대부분이 보이코 보리소프 현 총리에게 적대적인 세력들로 채워지면서 연정 구성이 매우 어렵게 됐습니다.
특히 또다른 중도우파 정당이던 개혁 연합(RB)과 중도좌파 정당 ABV – D21이 17년 총선에서 원외로 추락한 후 여러 갈래(RB: SDS -> GERB – SDS, DBG -> ISMV/ABV – D21: D21 -> ISMV)로 나뉘면서 신생 중도 야당들의 탄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신규 원내 정당 중에서 유명 가수 슬라비 트리포노프가 창당하고 정부의 봉쇄 정책을 비판하며 주목 받은 ITN은 기존 양당 모두와의 연정을 거부한 상황이며, DB와 ISMV는 아예 반 보리소프 시위 세력을 중심으로 만들어 졌기에 사회당과의 연정 또는 DPS와의 소수정부 구성 정도만 몇 안 되는 가능한 옵션으로 남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회당 역시 반정부 여론만 믿고 시위 참여에만 열중하다가 코로나 사태 실질 대응 방안 및 경기부양책 등을 요구하던 지지층이 돌아서면서 갑작스레 3위로 추락하는 등, 민심 이반으로 인한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기에 대연정은 기득권 정치인들의 담합으로 간주될 위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터키계+집시(로마) 기반 정당인 DPS와 연정을 구성하는 것은 불가리아 민족주의자가 상당한 우파 진영의 벌집을 쑤시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더해 2020-21년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킨 사건이 DPS 전 당대표의 비리 스캔들이었는데다, 야당 발 스캔들로 인해 관련된 내각 장관 다수가 교체되고 사회당 출신 대통령과 정면 충돌하는 당혹스러운 결과를 가져왔기에, 껄끄러운 과거를 감안해서라도 보리소프 총리가 쉬이 선택하기 힘든 사안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친EU 중도 3당(ITN+DB+ISMV)의 연정 가능성 또한 거론되고 있으나, 이 역시 과반 확보를 위해선 DPS 또는 사회당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에, 연정협상이 이어진 끝에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후자마저 실패할 경우 재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되어 제1-3당 모두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서 7월 11일에 재총선을 실시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이런 사람들 당이 유럽발전시민당을 꺾고 1위에 등극하고 반부패 3당(ITN+DB+ISMV)이 합계 112석을 얻으면서 여론조사 이상으로 선전했지만, 여전히 과반에 미달한 성적으로 정부 구성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극우 정당들은 4월 총선 전멸에서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불가리아 국민운동(VMRO)와 의지당 – 불가리아 구원 국민전선(Volya – NFSB)이 합당하여 불가리아의 애국자들이라는 선거연합체를 구성하고, 불가리아 국민연합처럼 불가리아의 여름과 같은 중도성향 정당명부에 참여하며 온건화 된 면모로 다가가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민주화 이래 불가리아 역사상 최저 투표율(41%) 속에서 극우파 유권자들 상당수가 투표장에 나가지 않으며 7월 총선 역시 전멸당하는 결과만을 안고 가게 됐습니다.
한편, 전통적 양당을 구성하던 불가리아 사회당은 선거연합체 구성원을 다 합쳐야 간신히 불가리아 민주당에게 제3당 자리를 지켜낼 정도로 쇠락하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스타니슬라프 트리포노프 ITN 대표는 과반 연정 목표를 뒤로 하고 본인이 아닌 다른 총리 후보를 내세운 단독 소수정부를 구성하겠다면서, 반체제 3당(ITN+DB+ISMV) 뿐만 아니라 유럽발전시민당 및 불가리아 사회당 의원 이탈표를 기대하는 중입니다.
만약 이번에도 정부 구성에 실패할 경우, 잦은 선거에 대한 피로감에 더해 올해 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 때문에 연정 구성을 조율할 대통령 선출을 놓고 또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에 3차 총선 시점에 대해서 정치권의 부담이 매우 커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