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정치테마주 극성...'투자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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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재명 정치테마주 극성...'투자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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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재명 정치테마주 극성...'투자주의보'
유혜림 이투데이 자본시장부 기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은 정치인 테마주를 탄생시킬 때도 적용된다. 가장 흔한 학연에서부터 혈연, 지연, 급기야 종친까지. 각자 저마다의 ‘연결고리’를 가져다가 만들어진다.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다 선거가 끝난 뒤 원점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올해는 직접투자 열풍에 여느 때보다 ‘정치인 테마주’가 극성인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미리 보는 대선(?)

시장의 이목은 이미 내년에 치를 대선을 향한다. 지연, 학연 등 헐거운 인연의 이유를 앞세운 정치인 테마주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국내 증시에선 윤석열·이재명 관련주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정치인 테마주’만 검색해봐도 수많은 관련 기사와 게시글, 동영상이 나온다. 시점도 출처, 근거도 모두 제각각이다.

정치인 테마주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연초부터 5월 19일까지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투자경고종목(지정 해제 포함)을 기준으로 관련주를 살펴봤다. 한국거래소는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 투자자에게 주의를 환기하고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해당 종목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다.

블로그나 유튜브 주식채널이 아닌 언론보도 기준으로 정치인 테마주를 집계했다. 그 결과, 총 123개의 투자경고종목(중복 제외) 중 47개(38.2%)가 관련 종목으로 거론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27개), 이재명 경기도지사(12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개), 오세훈 서울시장(1개) 순으로 많았다.

테마주로 연결된 정치인의 지지율이 오르거나 주목도가 두드러지면 테마주 수도 덩달아 늘어났다. 연초에는 이재명 관련주가 강세를 달렸다. 올 1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30%를 넘겼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다.

지난 1월 26~28일,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의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32.5%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5%,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3.0%로 그 뒤를 이었다.

이재명 테마주를 뜯어보면, 주로 해당 기업의 임원이 이 지사와 같은 중앙대 출신이라는 이유가 많았다. 프리엠스, 토탈소프트, 성안, 코이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19일, 글로벌에스엠은 “현재 대표이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동문인 것은 사실이나 그 이상의 아무런 친분관계는 없으며, 과거 및 현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사업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오리엔트정공도 매번 거론되는 이재명 테마주다. 이 지사가 오리엔트정공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했고, 2017년 대선 출정식도 그 공장에서 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810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지난 1월 1875원까지 치솟았다. 이 밖에도 사법연수원 동기에서부터 본사가 이 지사의 고향에 있다는 이유 등 작은 연결고리를 강조하는 테마주들이 다수였다.

최근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테마주가 급증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선거를 약 10개월 앞두고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여야 양자 구도가 형성되면서다. 월별 투자경고종목 지정 현황만 살펴봐도 변화가 뚜렷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투자경고종목 중 윤석열 관련주는 2개에 그쳤지만, 3월 11개, 4월 16개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4월, 윤 전 총장 사임에 여론조사 결과까지 맞물리면서 ‘윤석열 테마주’ 찾기는 극에 달했다. 지난 3월 19~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은 39.1%에 달했다. 이 영향으로 NE능률은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 사퇴를 선언한 날부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NE능률의 최대주주가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 종친회 소속이라는 게 이유였다. 파평 윤씨 인구수는 국내 성씨 및 본관 중 약 9번째일 정도로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NE능률은 ‘과거 및 현재 당사의 사업과 윤 전 검찰총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공시했지만 소용없었다. 연초 3000원을 넘기지 못한 주가는 4월 2만5650원까지 치솟았다.

테마주, 선거일 직후는 대부분 주가 하락

웅진 역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주가가 널뛰었다. 이 밖에도 서연, 덕성 등도 대표이사·사외이사가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관련주로 묶였다. 두곳 모두 “윤 총장은 당사 사업과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고 공시했다.

최근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히면서 관련주가 들썩이기도 했다. 수산중공업 역시 최대주주가 정세균 총리와 종친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케이탑리츠도 대표이사가 정 전 총리와 고려대 동문이라는 게 근거였다.

아울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 행보에 따라 안랩은 10년째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안 대표는 안랩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지분율 18.6%)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후보 단일화 당일(4월 23일), 주가는 전일 대비 15.4% 떨어지면서 장을 마쳤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묻지 마 테마주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타를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 역시 세력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시점이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16~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70개 정치테마주를 분석해본 결과, 낙선자뿐만 아니라 당선자 관련 정치테마주 대부분이 선거일 직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9대 대선 정치테마주 147개 중 33개 종목에서 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이 적발됐고, 157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에게 돌아온다. 한국거래소가 19대 대선 테마주 224개 종목을 들여다본 결과, 투자자의 96.6%가 개인투자자였다. 이중 186개 종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봤으며, 계좌당 평균 손실액은 61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만큼 시장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정치테마주를 이용한 시세조종을 막기 위해 정밀 모니터링과 분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모니터링 권한이 있는 매매체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세조종 행위를 찾아내겠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가치의 본질적 변화 없이 정치테마주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급상승하는 종목에서 투자자들은 결과적으로 수익률 급락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면서 “금융당국의 시장 모니터링과 불공정거래 단속 의지와 함께 투자자들의 주의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공시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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