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방선거 최종결과.jpg
2021년 이탈리아 로마 시장 선거 2차 투표(투표율: 40.68%[-9.46])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중도좌파연합 후보(민주당, 중도좌파): 60.15%(+33.12)
엔리코 미케티 중도우파연합 후보(무소속, 중도우파-극우): 39.85%(+9.71)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후보 20.30%p차로 로마 시장 당선 확정
2021년 이탈리아 토리노 시장 선거 2차 투표(투표율: 42.14%[-12.27])
스테파노 로 루소 중도좌파연합 후보(민주당, 중도좌파): 59.23%(+15.37)
파올로 다밀라노 중도우파연합 후보(무소속, 중도-극우): 40.77%(+1.87)
스테파노 로 루소 후보 18.46%p차로 토리노 시장 당선 확정
2021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시장 선거 2차 투표(투표율: 41.53%[-5.90])
로베르토 디피아자 중도우파연합 후보(전진 이탈리아, 우파): 51.29%(+4.40)
프란체스코 루소 중도좌파연합 후보(민주당, 중도-중도좌파): 48.71%(+17.04)
로베르토 디피아자 후보 2.58%p차로 트리에스테 시장 당선 확정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탈리아를 강타하여 13만 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마테오 렌치 발 연정 붕괴 사태가 나면서 이탈리아에선 정치적, 사회적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를 내각 총리로 하는 초대형 거국내각(오성운동+민주당+북부동맹+전진 이탈리아+생동하는 이탈리아+힘내라 이탈리아+자유와 평등+녹색 유럽+행동당+플러스 유럽+남티롤 인민당)이 출범하자 정부에 대한 이탈리아 시민들의 신뢰도가 다시금 올라갔습니다.
반면에 해당 연정과 코로나 대응 정책에 반발하여 야당으로 남을 것을 선언한 이탈리아의 형제들은 강경 우파 및 야권 지지층의 호응을 얻으며 우파 내 1인자를 넘어 제1당 자리까지 노리게 됐습니다.
이에 오성운동은 인기가 높던 주세페 콘테 전 총리를 신임 대표로 선출하여 민주당과의 범여권 비-우파 내 주도권 경쟁에서 득표율 상승효과를 보며 앞서 나가려 했습니다.
그러나 10월 3-4일 치러진 6개 주요 도시(제1도시 겸 수도 로마, 제2도시 밀라노, 제3도시 나폴리, 제5도시 토리노, 제8도시 볼로냐, 제17도시 트리에스테) 및 칼라브리아 지방선거 겸 2개 하원 지역구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3곳(밀라노, 나폴리, 볼로냐)을 장악하고 3곳에서 결선 진출에 성공한데다 재보선은 싹쓸이하면서 연말 정국 주도권을 잡게 될 전망입니다.
그리고 10월 17-18일, 결선 투표에서도 중도좌파연합이 예상을 뛰어넘은 접전 승부를 펼친 끝에 간발의 차로 패한 트리에스테 정도를 제외하곤 주요 지역 결선(대도시+주도+중소도시)을 연거푸 승리함에 따라, 정국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확실하게 넘어가게 됐습니다. 때 마침 독일과 북유럽에서 중도좌파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의 귀환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에, 이탈리아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8월, 기존에 있던 오성운동-북부동맹의 반체제 연정이 극심한 견해차(좌익대중주의 Vs 우익대중주의)와 오성운동의 지지율 하락세로 붕괴되자, 제1당 오성운동은 제1야당 민주당과 범 좌파 연정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북부동맹의 지지율 급상승세가 무너지는 등(18년 3월: 17% -> 19년 7월: 39% -> 19년 9월: 30%), 중도우파연합(북부동맹, 전진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형제들, 힘내라 이탈리아 외)이 조기 총선의 기회를 놓치고 하락세를 걷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당과 오성운동이 연합한 10월 움브리아 지방선거에선 정작 범 좌파 연정이 별 힘도 못쓰고 완패한데다, 지지율 하락세 역시 계속되면서 오성운동 내 연정 반대파가 득세했으며, 결국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게 됐습니다.
반면 우파연합 내에선 북부동맹에 1인자 자리를 뺏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전진 이탈리아가 이제는 파시즘 성향의 이탈리아의 형제들에게 2위 자리도 뺏기는 등, 강경 우파가 완벽한 주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지세를 규합하여 여러 지방선거에서 선전하며 정권 붕괴를 기다리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이탈리아에서 4번째로 큰 지방(주도 볼로냐)이자, 2차대전 이래 좌파가 줄곧 권력을 잡아온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에서도 중도좌파연합(민주당+자유와 평등+좌파당+녹색 유럽+남티롤 인민당)이 패할 시, 연정이 붕괴하고 조기 총선이 벌어져 우파연합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오성운동은 해당지역 선거연합 참가를 거부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북부동맹 전국 대표 마테오 살비니가 지방선거 직전 아무 이민자 집에 마구 방문해서 당신 자식이 사실 마약상 아니냐며 다짜고짜 우기는 등, 반 이민 노선에 집착하여 매우 무리한 선거운동을 일삼은 것이 역효과를 일으켰습니다.
또한 우파연합의 강경 노선 가속화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볼로냐에서부터 시작된 극우화 반대 시위(최대 10만명) ‘정어리 운동’의 영향으로 좌파성향의 시민들이 대거 집결하였습니다. 그 때문인지 투표율 역시 두 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결국 2020년 1월 26일 주지사 선거가 개표되자, 여론조사 결과(1-2%p차) 보다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지면서(7.79%p차) 우파연합 후보가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다만, 이탈리아 좌파의 핵심지역이자 경제 상황이 준수한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에서도 우파가 상당히 세를 불렸으며, 오성운동의 추락세가 분명해진 만큼 오성운동 내 연정 반대파가 힘을 더 받을 수도 있으므로, 집권 범 좌파 연정의 운명은 아직 모호했던 상황이었습니다.
한편, 함께 치러진 칼라브리아(시칠리아 섬 바로 옆) 지방선거에선 현임 주지사의 높은 비호감도와 불경기에 힘입어 중도우파연합이 10년만에 정권을 탈환했습니다. 그리고 백신 반대 운동(이탈리아판 안아키)이 정당(M3V)을 꾸려서 0.5%를 득표하는 등, 극단주의 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이 계속해서 두드러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탈리아에 상륙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바이러스 확산 초반엔 북부동맹 소속 루카 자이아 베네토 주지사,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 주지사의 대규모 검사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안전함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각계의 비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만명에 다다르려 하자,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20년 3월 9일 부로 이탈리아 전국 봉쇄령을 선포하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후 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폭증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순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의 초강경책이 효과를 보면서 시민들의 호응을 얻어 총리 국정평가가 한 때 61%를 찍었습니다.
이는 지난 총리들과 비교해봐도 압도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정부가 단호하게 나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탈리아인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당 지지율에선 후원자 격인 오성운동의 지지율이 여전히 3위에 머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살비니 북부동맹 대표의 좌충우돌이 이어지면서 실망한 우파 유권자들이 옛 독재자 무솔리니의 후예들이 속한 이탈리아의 형제들로 계속해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틈타 민주당은 1위를 노리는 중이나 오성운동은 4위로 추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후 2020년 9월 20-21일에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오성운동 측이 주창한 의석축소안이 승인됨에 따라, 630석/315석이던 하원/상원 의석이 400석/200석으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그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 베페 그릴로와 루이지 디 마이오의 사임 이후 당을 이끌 핵심 인사가 부재한 오성운동의 하락세는 여전했습니다. 반면에 연립 여당인 민주당이 이끄는 중도좌파연합은 불리했던 선거를 무승부로 만들면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반해 주세페 콘테 총리가 오성운동을 이끌 경우 그 인기에 힘입어 정당 지지율이 7.6%p나 폭등하여 1위로 올라선다는 조사도 있었던 만큼, 앞으로의 추세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1월, 코로나 시국을 돌파하기 위해 제공된 280조에 달하는 EU 회복기금 사용처에 대한 민주당-오성운동과 중도연합 간 견해차가 급격히 벌어졌습니다.
게다가 16년 국민투표 부결로 인한 총리 사임과 18년 총선 패배로 인한 민주당 대표직 사임 이후로 재기를 노렸으나, 지방선거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야심이 불붙으면서 연정 붕괴 사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콘테 총리가 의회 내 상대적 중도파로 분류되던 전진 이탈리아에게 연정 지원 의사를 타진하는 등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측이 가장 큰 정치적 수혜를 입었으며, 여론조사에 따라서는 10%대로 복귀하기까지 했습니다.
현재 주세페 콘테 총리의 연정 재구성 노력이 실패한 가운데,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름 높은 경제 전문가인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에게 총리직을 제안한 상황입니다. 만약 좌우파를 막론하고 인기가 높은 드라기마저 연정 형성에 실패할 경우, 조기 총선 루트로 귀결될 확률이 높았습니다.
렌치 전 총리는 중도연합(행동당+생동하는 이탈리아+플러스 유럽)이 의회 과반 캐스팅보트를 쥐는 경우를 노리고 있으나, 여권에선 시나리오 2번처럼 중도우파연합의 압승과 살비니 or 멜로니 총리라는 악몽과도 같은 결과만 초래될 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위와 같은 우려를 뚫고 좌우를 막론한 대대적인 지지를 받은 끝에 드라기 내각이 2월부터 출범하게 됐습니다. 원내 대형 정당 중 유일하게 이탈리아의 형제들 만이 테크노크라트 거국내각에 반발하여 야당으로 남았지만, 다른 우파 정당들의 참여를 막진 못했습니다.
이후 이탈리아의 형제들은 제1야당 자리에 오른 것에 힘입어 반정부 여론의 상당수 지분을 차지하게 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보합세인 민주당, 그리고 하락세인 북부동맹과 정당 지지율 1위를 놓고 접전 승부를 벌이는 중입니다.
Ipsos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2017년 11월 이래 사상 최초로 1위에 올랐으나 또다른 조사에선 3위로 밀려나는 등, 정계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드라기 내각은 EU 회복기금을 이용한 수백 장에 달하는 경제 혁신 계획 마련과 인사 쇄신 및 친환경, 디지털 부처 신설, 유럽 주요국(프랑스, 독일)과의 협력 강화 등의 첫 100일 정책에 대한 국민 절대 다수의 호평(50.6% Vs 21.8%) 속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지난해 -8.9%)을 4.5%로 잡으며 이탈리아 정치의 마지막 희망다운 면모를 보이는 상황입니다.
다만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고령 등의 사유로 재선을 포기하려는 것이 드라기 연정 지속 여부에 변수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칼라브리아 주지사(전임 심근경색으로 사망)와 로마, 밀라노, 토리노, 나폴리, 볼로냐 시장을 포함해서 9월 15일과 10월 15일 사이 치러지는 이탈리아 지방선거가 주세페 콘테 오성운동 당수 옹립 외에도 또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두드러지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10월 3-4일 치러진 이탈리아 지방선거 1차 투표 및 재보선 결과, 우파 강세지인 칼라브리아는 졌으나 6개 주요 선거 도시 중 3곳을 선점한데다 나머지 모두 결선에 진출하고 엔리코 레타 전 총리를 포함해 두 재보선 후보 모두 승리한 민주당이 기대 이상의 성과로 판정승을 거두었습니다.
반면에 오성운동은 중도좌파연합으로 단일화를 한 나폴리와 볼로냐를 제외하고 모든 단독 출마 지역에서 완패를 당한데다, 한때는 오성운동의 촉망받는 여성 스타였으나 멧돼지 출몰 및 쓰레기 대란 촉발 책임론이 불거진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이 카를로 칼렌다 전 경제개발부 장관 겸 행동당 대표에게도 밀리며 4위로 추락하는 굴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우파 표로 결선에서 당선된 토리노 시장 직마저 상실하면서, 주세페 콘테 신임 대표 발 돌풍 재현에 대한 회의론을 넘어 민주당과의 어정쩡한 부분 협력이라는 현 노선 그 자체에 대한 불만이 협력 긍정/부정론자 모두에게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도우파연합도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때 중도층을 흡수했던 오성운동의 득표율 폭락에도 불구하고 토리노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북부동맹을 중심으로 득표율 감소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칼라브리아를 지켰고 로마에선 1위를 차지하며 결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된 데다, 2차 투표에서 트리에스테를 지키는 것이 유력하다는 점입니다.
밀라노는 오성운동 출신의 유럽연합 탈퇴론자 잔루이지 파라고네가 출마했으며, 나폴리에선 마피아 희생자 가족 출신의 반-마피아 운동가 알렉산드라 클레멘테가 옆 동네 칼라브리아 주지사 선거로 방향을 돌린 루이지 드 마지스트리스 현 시장의 지원을 받으며 나왔는데다, 볼로냐에선 마르타 콜로 인민의 힘 공동 당대표가 직접 출마했으나 셋 다 한 자릿수 득표에 그치며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습니다.
여론조사 접전이 벌어지는 수도 로마와 민주당이 우세한 토리노, 우파의 우위가 돋보이는 트리에스테의 시장 직을 좌우하게 될 결선 투표는 10월 17-18일 치러질 예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치러진 2차 투표 결과, 로마와 토리노 모두에서 중도좌파연합 후보가 여론조사 예상을 두 자릿수 차로 훨씬 뛰어넘는 초압승을 거두었으며, 우파의 아성으로 분석되었던 트리에스테 마저도 출구조사부터 예상 밖 초접전이 나오면서 간신히 접전 승리를 거둠에 따라 중도우파연합 지도부가 식은 땀을 흐르게 만들었습니다.
살비니를 필두로 한 우파 지도부는 낮은 투표율을 명분으로 이번 선거의 의미를 애써 부정하는 중이나, 5대 도시(17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제4도시 팔레르모 포함)와 주도, 그리고 인구 1만5천 이상/이하 도시 등 그 어떤 기준으로 봐도 중도좌파연합이 싹쓸이하거나 압도적 우세를 점하는 결과가 나오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그 핵심이 되었던 민주당과 엔리코 레타 신임 대표가 14년 유럽의회 선거 직후 수준까진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는 탄력을 받으면서 SWG와 Termometro Politico, 그리고 Demopolis 조사에서 나타난 이탈리아 형제들의 약 우세를 누르고 재차 1위에 오를 공산이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중도좌파연합과 거리를 둔 절대 다수의 지역에서 완패한 오성운동은 주세페 콘테 대표를 필두로 민주당과의 협력을 외치는 파벌이 앞으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