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 공장 잠정 중단···“재가동 시점 불투명”
현대차, 러시아 공장 잠정 중단···“재가동 시점 불투명”
고영득 기자
입력 : 2022.03.08 19:36
현대차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8일 현대차에 따르면 러시아 공장은 차량용 반도체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서 지난 1~5일 생산을 중단했다. 당초 여성의 날 연휴(6~8일) 이후인 9일부터 재가동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지 부품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공장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의 고강도 제재로 러시아로 향하는 물류 길이 막혀 반도체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차는 판매사들에 대한 차량 인도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공장 재가동 시점도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분간 공장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철수 및 판매 중단 카드로 ‘러시아 손절’에 나섰지만, 현대차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보다 정부 대응과 현지 상황만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간 23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현대차가 동유럽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는 곳이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철수했을 때도 당시 정몽구 회장은 공장을 방문해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선 안된다며 뚝심있게 투자를 지속해 생산량을 늘려왔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22.6%로 현지 업체인 아브토바즈(33.8%)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러시아 시장 판매량 목표치를 지난해 대비 5% 증가한 45만5000대로 잡았지만 이번 사태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아이오닉 5 진출 등 러시아 사업 계획 수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러시아 시장이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8%다. 업계에선 서방 국가의 러시아 제재로 인한 현대차·기아의 손실 규모가 4000억~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