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이번 화는 개인적으로 불편하네여.
두 소녀가 100년 전 엘디아인들이 마레에 저질렀던 죄 값에 대하여 논쟁하는 장면입니다.
작중에는 너희라고 표현하였으나, 사실 두 소녀 모두 같은 엘디아인들의 후손입니다.
첫번째 소녀는 마레 내부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마레 교육을 받아왔으며,
교육 때문인지 몰라도 엘디아인들의 죄 값은 그 후손들이 마레에 갚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두번째 소녀는 벽으로 둘러 쌓인 고립된 섬 안에서 갇혀 자라왔으며,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100년 전 역사를 전혀 모르는 소녀죠.
역사 교육을 받고 자란 소녀와,
(작중에서는 마레가 주입식으로 교육한 역사로 표현됨. 소녀는 구속 당해있는 엘디아인들의 미래와 부흥을 위해 전쟁 영웅이 되길 희망함.)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의 논쟁입니다.
(섬 안에 갇혀 아무것도 모르며 살다가 마레군의 정찰 부대가 잠입하면서 같이 침입한 거인들에 의해 부모가 살해 당함.)
이 장면이 불편한 이유는 역사 교육을 받아 온 국가와 수치스런 역사는 몽땅 지워버린 국가가 떠오르기 때문이죠.
작가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가가 말하는 대로 주입식 교육을 받아 온 저로서는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었죠.
우리가 그들에게 말하고 바라는 것, 그리고 요구하는 것은 금전적인 보상이나
첫번째 소녀처럼 희생이나 죄값에 대한 보상을 강요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사실이 있었고, 그러한 역사를 후대에 있는 그대로 전달하며,
그로 인해 두번 다시는 양쪽 어디에도 그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해주길 바랄 뿐인데 말이죠.
현재의 자신들이 저지르지 않은 일을, 그것도 100년이나 시간이 흘렀던 과거의 일들을,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당시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전부 나이를 먹어 역사 뒤편으로 사라질 그런 일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그런 일이 다시는 없게 해 달라고 소리 내는 것 뿐인데 말이죠.
"내가 한 짓도 아니잖아? 대체 왜 나한테 그래?" 로 쉽게 생각하며 넘겨버리는 것만 같아 씁쓸했습니다.
전쟁에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다. 다 같은 피해자 일 뿐이다. 이 말을 전달하고 싶었던 거 같은데,
맞는 말이죠. 개개인으로만 본다면 말이죠. 원치 않는 침략 전쟁에 징용 당해 끌려나가 전쟁을 강요 당했다는 입장으로 본다면 말이죠.
그러나 국가 대 국가. 정부 대 정부로 본다면 저 말은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 말은 피해 당한 쪽이 가해 한 쪽을 용서하고 포용하면서 먼저 꺼내는 말이지,
가해한 쪽이 피해당한 쪽에게 먼저 꺼낼 말은 아니니까요.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한 강도가 돈도 뺏고, 집도 뺏고, 겁탈도 하고, 죽이려 달려드는데,
죽이기 직전에 몇 대 맞았다고 자기도 똑같이 폭행 당한 피해자라며 우리 둘 다 피해자라고 우기는 상황이죠.